"남북러 협력 사업도 논의... 남북 철도, 러시아로 연결됐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크렘린궁 홈페이지 제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보장을 강조하며 미국의 대북 제재를 비판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후 단독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도 김 위원장 모두 회담 결과에 만족한다"라며 "김 위원장은 상당히 열려 있고 자유로운 대화 상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양자 관계, 유엔 제재, 북미 관계, 한반도 비핵화 등 모든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했다"면서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눴고 이 모든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과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라며 "만약 이 프로젝트들이 실현된다면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신뢰 강화의 조건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 철도 연결 사업과 관련해 "러시아와 북한은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가) 러시아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라며 "인내를 갖고 기다리며 (철도 연결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 따른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의 귀국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그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고, 여러 대안이 있다"라고 답하며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귀국을 미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 파견 노동자는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며, 러시아도 인구가 적은 극동 지역의 노동력 부족을 북한 노동자로 채우고 있다.
"신뢰 구축이 우선... 한미 체제 보장으로는 부족"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인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도하는 대북 제재보다 신뢰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도 비핵화를 원하고 있지만 체제 보장이 필요하다"라며 "이런 보장 체제가 얼마나 실질적이고 가능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남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는 6자 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해 충분한 체제 보장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라며 "국제사회의 북한 체제 보장 방식을 마련하기 위해 6자 회담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북한의 이익을 지키고 안보를 확보하려는 의지가 있다"라며 "북한 대화 상대들, 특히 미국이 건설적 대화 의지를 보인다면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에 회담 내용 설명할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크렘린궁 홈페이지 제공
다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점에서 비슷한 입장"이라며 "러시아와 미국은 핵 비확산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러정상회담의 결과를) 미국과 중국 지도부에 설명할 것"이라며 "비밀은 없으며, 러시아는 항상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혀왔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도 미국 측에 자신의 입장,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정들과 관련한 내용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사실상 자신이 북미 관계의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북러정상회담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라며 "이번 회담이 푸틴 대통령의 잠재적인 중재자 역할을 증대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방송도 "푸틴 대통령이 이 말은 러시아가 보내는 주요 메시지 중 하나"라며 "한반도 문제에서 무언가를 해결하고 싶다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