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연 기자
9·19 군사합의 무력화 책임 전가
“4년 사이 600여차 침략전쟁 연습”
똑같이 구체적 수치 제시하며 비난
북한이 27일 “외세의 핵 전쟁 돌격대, 특등 앞잡이인 윤석열 역적 패당이 등장한 이후 전쟁 연습은 실전 단계에서 더욱 위험천만하게 광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남북 9·19 군사합의 무력화 책임을 남한에 전가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반공화국 대결 광증에 들뜬 괴뢰 패당’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대 매국노, 파쑈 독재자로 악명 떨치고 있는 윤석열 괴뢰 역적 패당이 미제와 일본 반동들을 등에 업고 반공화국 전쟁 도발 책동에 미친 듯이 매여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문은 “돌이켜보면 괴뢰 패당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그 부속합의서인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가 채택된 이후 미국에 추종하며 합의들을 난폭하게 위반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속적으로 유린해왔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한·미 연합훈련이 잇달아 전개됐다며 “지난 4년 사이에만도 600여차에 걸쳐 각종 침략전쟁 연습들을 연이어 벌려놓았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또 “지난해에만도 괴뢰들은 미국과 야합하여 우리에 대한 ‘선제 공격’을 노린 군사연습들을 무려 250여차에 걸쳐 끊임없이 감행하였다”고 주장했다. 올해 미국 전략폭격기와 핵 추진 항공모함, 핵 추진 잠수함의 한반도 전개와 각종 한·미 대규모 연합훈련 시행을 거론하며 “외세와 결탁한 각양각색의 북침 선제공격 연습들을 미친 듯이 벌려놓았다”고 했다.
신문은 “이와 같은 불장난 소동은 북남 군사분야 합의를 난폭하게 위반하는 극히 도발적이고 위험천만한 적대 행위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외 언론 등의 평가를 인용해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새로운 냉전과 군비 경쟁을 촉발시키는 위험천만한 군사적 망동으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지난 23일 국방성 성명을 통해 선언한 남북 9·19 군사합의 무력화와 관련해 또다시 남한에 책임을 떠넘기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국방성이 성명에서 “‘대한민국’ 것들의 고의적이고 도발적인 책동으로 하여 9.19 북남 군사분야 합의서는 이미 사문화되여 빈 껍데기로 된지 오래”라고 주장한 연장선상이다.
앞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포사격 위반 110여회” “포문 개방 3400여회” 등 지난 5년 간 북한의 9·19 군사합의 위반 횟수를 총 3600여회라고 밝힌 것을 의식한 듯 북한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 맞대응한 것으로도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서울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등 군사적 도발을 벌이며 9·19 군사합의를 지속적으로 위반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한은 지난 2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성공하자 다음날 9·19 군사합의를 일부 효력정지하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공중 정찰·감시활동을 재개했다. 그간 북한이 남북 합의를 파기한 적은 있지만 남한이 선제적으로 효력을 정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 모두 9·19 군사합의를 무력화하며 접경 지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한층 고조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로 그해 9월 평양에서 체결된 9·19 군사합의는 지상·해상·공중에서 군사적 적대 행위를 금지하며 군사분계선 일대에 완충 지대를 설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