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인권위원회 일본국 심사에서 조선학교 차별을 알리다
김지운(jioon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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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아동인권위원회 일본국 심의에 참가한 조선학교 학생대표단과 어머니들 ⓒ김지운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사라져가는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조선어학회에서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한편, 해방 이후 일본에서 우리말, 우리글을 지켜오고 있다는 이유로 70년이 넘는 지금까지 차별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조선학교를 지켜온 재일동포와 학생들이다.

  2019년 1월 16일, 17일 양일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인권고등판무관 사무소에서 유엔아동인권위원회의 일본국 심의가 열렸다. 조선학교 학생대표단과 어머니들은 직접 그 현장에 방문했다.

  이들은 본 심의가 열리기 전 여러 나라의 심의위원들에게 고교무상화정책 제외, 국가보조금 미지급 등 일본의 조선학교 차별 상황을 알리기 위해 팸플릿과 동영상을 배포했다. 또 심의위원장을 면담하는 등 다양한 로비 활동을 펼쳤다.

  "고교무상화제외 취소소송 1심 패소 이후 우리 모두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다. 어떻게 해서든 일본의 조선학교 차별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는 다짐으로 오늘 여기까지 오게됐다." (박양자, 히로시마 조선고급학교 어머니회 회장)

  "유엔아동인권위원회의 일본국심의를 위해 지난 2017년 11월 조선학교의 인정,  고교무상화적용, 보조금 지급, 조선학교 출신자들의 대학자격의 인정, 헤이트스피치 중지, 조선학교 기부자들의 세금 감면 인정 등 총 6개 조항을 서면으로 사전제출했다. 유엔아동인권위원회의 이번 심의는 8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일본의 조선학교 차별 문제를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릴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송혜숙, 재일본조선인인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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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대표단들이 인 메리 스켈튼 심의위원에게 직접 일본의 조선학교 차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머니참가단

고교무상화정책에서 제외된 조선학교, 7년간 소송 중

  특히 이번 심의에서 조선학교 대표단들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일본의 모든 고급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고교무상화제도를 조선학교에도 적용하라는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내는 일이다.

  고교무상화제도는 2010년 4월 당시 여당이던 일본 민주당이 도입한 정책으로 공립고등학교가 아닌 조선학교 등의 '각종학교'에도 취학지원금(1인당 해마다 11만8800엔)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일본은 2010년 11월 연평도 해전을 이유로 조선학교에 대한 심사를 중지했고, 2013년 2월 들어선 아베 정권은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학교 운영의 적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정책에서 완전히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조선고급학교 10개교 중 도쿄, 오사카, 아이치, 히로시마, 후쿠오카의 조선학원과 학생들이 고교무상화 제외 취소소송과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 배제 취소소송 재판은 히로시마, 아이치 1심 패소, 도쿄 1심·2심 패소, 오사카 1심 승소 후, 2심 패소, 후쿠오카 소송은 올해 3월 14일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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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0월 30일, 도쿄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제외 취소소송 2심 패소후 변호단들이 취재진들에게 일본법원의 부당판결을 호소하고 있다.ⓒ김지운

고교무상화제도 적용, 2013년 이후 각종 위원회에서 세 차례 권고

  조선학교에도 고교무상화제도를 적용하라는 권고는 2013년 유엔사회권규약위원회, 2014년 유엔인권차별철폐위원회, 2018년 유엔인권차별철폐위원회 등 지금까지 세 차례나 권고됐다. 하지만 일본은 위원회의 권고를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16, 17일 열린 심의에서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안 메리 스켈톤 심의위원이 "2013년의 권고 이후에도 왜 일본은 여전히 조선학교의 고교무상화 적용 및 보조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는가"라고 거듭 지적하자, 일본 대표단은 "조선학교는 고교무상화제도의 적용 요건에 맞지 않다"라는 짧은 답변만을 반복했다.

  "일본 대표단의 무성의한 대답과 태도에 너무 화가 났다.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이 없어질 때까지 학생들도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짐했다." 김지숙(가명, 조선학교 학생 대표단)

  한편, 이번 심의에는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등의 한국 시민단체들과 일본 '조선학교'를 지키는 재외동포모임 회원들이 동행해 연대 활동을 펼쳤다.

  유엔아동인권위원회 심의의 최종권고는 오는 2월 6일경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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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대표단과 함께 이번 심의에 참가해 조선학교 차별의 부당성을 알린 한국과 재외동포 시민단체 활동가들.ⓒ김지운
 
*재일동포, 조선학교 관련 유엔의 권고

-2001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조선학교 학생의 치마저고리를 찢는 사건 등에 대한 권고

-2008년 10월 30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조선학교에 대한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보조금 등의 차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시정 권고

-2010년 3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 철폐 권고

-2013년 5월 17일,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
고교무상화제도로부터의 배제는 '차별'로서 조선학교에 대한 제도 적용을 요구

-2014년 8월 29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고교무상화제도에서의 배제와 지자체의 보조금 동결은 교육권 침해로서 우려됨을 표명, 시정 권고

-2018년 8월 30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일본 정부는 학생들이 차별없는 평등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조선학교의 고등학교 학비 지원 기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