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석 기자

  미국의 일부 상원의원들이 북 핵·미사일 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6.12북미정상 합의를 북한(조선)이 위반했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지난 30년간 이어온 북미 핵공방 과정에서 미국이 매번 합의를 깰 때마다 보여온 적반하장의 전형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북한(조선)의 미사일 개발 의혹을 제기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와 관련해 미국 상원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북한의 과거 방식으로 돌아온 사실을 알게 돼 매우 실망스럽다”(파인스타인. 민주당), “사실일 경우 북한이 부정직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플레이크. 공화당), “사실이라면 명백한 싱가포르 합의 위반이며 북한은 현재 위험한 장난을 하고 있다”(그레이엄. 공화당)는 반응이 나왔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도둑이 매를 든 격이다. 북한(조선)에 합의 위반이라는 딱지를 붙이니 하는 말이다. 외려 있지도 않은 의혹을 악의적이며 선정적 언론플레이로 뻥튀기하는 것은 물론 6.12정상합의를 아무것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미국쪽이다.

  사실 미국의 이런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94년 제네바합의 때도 그랬고,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케, 9.19공동성명, 2.13합의에 이르기까지 한 번의 예외 없이 합의를 먼저 깬 쪽은 미국이고, 그때마다 위반 책임을 북한(조선)에 떠넘겼다. http://www.minplus.or.kr/news/articleView.html?idxno=5142

  이번에도 ‘합의 위반’ 프레임이 먹힌다 싶으면 북한(조선)에 위반 책임을 떠넘기고 6.12북미정상합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6.12북미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건 어느 쪽인가?

  6.12공동성명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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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과 2차례의 폼페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시 비핵화 약속을 재차 확인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조선)의 안전보장을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았다. 안전보장 제공은커녕 종전선언조차 거부하더니, 급기야 11월엔 한미합동 해병대군사훈련 케이맵(KMEP)까지 실시하면서 북을 군사적으로 위협했다. 이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북미합의를 어느쪽이 위반했는지는 명백하다.

  6.12공동성명 1항에 “북미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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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1항의 약속을 위반하고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최고 강도의 제재를 가하면서 어떻게 북한(조선)의 번영을 바란다고 할 수 있는가. 한쪽은 제재를 가하고 한쪽은 속수무책으로 제재를 당하는 관계가 어떻게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새로운 관계란 말인가. 핵실험을 이유로 제재를 가했으니,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 약속했고 그 약속을 1년 넘게 지켰으면 대북제재를 푸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6.12공동성명 2항에는 “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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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평화체제 구축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종전선언조차 거부한다. 평화협정까진 기대하지도 않는다. 단지 전쟁을 멈춘 상태인 정전상태만이라도 끝낸다는 종전선언만이라도 해야 한다. 미국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6.12공동성명 3항에는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한다”고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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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문점선언에서 ‘철도와 도로연결’, ‘개성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 모든 것이 제재 위반이라며 ‘미국의 승인 없이 한국은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으름장은 놓으며 6.12합의를 위반하고 있다.

  6.12공동성명 4항에서 북한(조선)이 약속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 송환은 이미 이뤄진 지 오래다.

  6.12북미정상합의는 두 정상이 직접 사인까지 했다는 점에서 예전 합의와는 다를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뒤로 미룬 채 보여주는 일련의 행태들은 강도 같은 구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