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위원장의 방북 소회담
김장호 기자

인터뷰랄 것도 없었다. 우선 기자가 궁금한 것이 많았다. 과연 김명환 위원장은 평양에 가서 무얼 보고 느끼고 왔나? 추석연휴가 시작된 금요일 밤 9시. 노원역 근처 커피숍에서 평양과 백두산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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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정상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 : 노동과 세계]

김정은 위원장, 남북 노동자 축구, “잘 알고 있습니다.”

  기자는 김정은 위원장을 가까이 서 본 소감부터 물었다. 첫날 목란관 환영만찬장에서 인사할 기회가 있었단다. 김명환 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남북 노동자가 축구대회도 열고 남북의 통일을 위해서 활발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잘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특별수행단은 크게 5-6개 그룹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김명환 위원장은 “크게 이해찬 대표, 박원순 시장 등 정당대표, 지자체 장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움직였고, 경제인들이 또 하나의 그룹으로 움직였다. 4대그룹총수, 경총, 대한상의, 개성공단기업, 공기업 사장단 등이 하나로 움직였다. 그 밖에 유홍준 교수 등 학계문화예술인들, 문정인 특보, 임동원 전 장관, 박지원 전 장관 등 자문단들이 또 하나로 움직였다.”
  양 노총 위원장은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그룹으로 움직였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나는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김홍걸 민화협 상임의장,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이홍정 KNCC 총무, 원택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 등이 함께했다. 20인승 미니버스로 움직였는데, 자리가 넉넉했다. 나중에 분야별 간담회도 이렇게 그룹별로 진행했다.”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몇 가지 꼽는다면?

  김명환 위원장은 마치 준비한 것처럼 줄줄이 읊어댔다.

  “첫째로 전쟁위기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다.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수구보수세력이 그렇게 우려먹던 전쟁위기와 그 전쟁위기를 이용한 남북대결, 노동탄압, 민중탄압, 이제는 이것이 항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둘째로 핵 문제 관련해서 우리 스스로가, 남북정상이 뜻을 모아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남북합창이 된 것이다. 앞으로도 자주적 단결이 중요하다.

  셋째로 문재인 대통령이 5.1경기장에서 평양시민에게 우리는 ‘5천년을 같이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고 말한 대목이다. 

  이번 연설을 통해 이 70년의 분단이라는 세월이 남과 북이 힘만 모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는 메시지를 남측 대통령이 평양시민에게 전했다. 이 연설은 ‘우리민족끼리 정신’. ‘자주적 단결정신’을 평양 15만 시민 앞에서 선포하고 커다란 신뢰를 확인한 자리였고, 이것을 생중계로 바라본 남측 국민들도 뜨거운 동포애를 느끼는 자리였다.”

  기자가 “5.1경기장 문재인 대통령 연설은 ‘명연설’이라고 칭송이 자자합니다.”라고 응수하자, 김명환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크게 작심하고 한 연설”인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 작심은 무슨 정국의 돌파구를 연다 이런 것을 뛰어 넘어 “이렇게 밀고 가야 개혁의 문제든, 남북의 문제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결심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제 남북관계는 자주교류수준을 넘는 문제”

  김 위원장은 이어서 “이제 노동운동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자주교류’ 수준을 넘는 문제들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통일의 모습, 경제시스템, 남북노동자의 삶의 미래 등에 대해서 본격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은 사회주의, 남은 자본주의, 이런 체제가 순식간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체제가 공존하면서 민족이 연합, 연방한다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차이를 느끼고, 차이를 인정하고, 차이를 좁히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하다. 새로운 세상을 예감하는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북맹 탈출 시급”

  김명환 위원장은 이번에 많은 전문가들도 참가했고, 재벌들도 참가했지만 “다들 쇼킹했을 거다”라고 평했다. “북에 대한 고정관념들, 북맹, 이런 것들을 빨리 벗어나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사회주의, 자본주의 양 지도자가 만나 적대 관계를 해소하고, 평화번영의 길로 함께 나가자고 하는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제 이런 일이 지도자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 안에 먹고사는 문제가 결합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긴 시간 에돌아갈 필요 없다”

  “하루가 걸리지 않아 백두산을 들러서 서울로 왔다. 10.4선언 실종,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한다는 게 사실 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평양에서 삼지연 가는데 비행기로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백두산 장군봉에서 점심 먹고, 삼지연에서 비행기타면 저녁 때 김포공항에 닿는다. 이제 남쪽에서도 새벽 5시에 출발해서 저녁 7시반에 서울로 돌아올 수 있는거다. 그것도 평양 순안공항에서 비행기 환승하고 올 수 있는 거다. 긴 기간, 에돌아 올 필요 없다. 이번에 방북단이 이걸 보여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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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김명환 위원장

새로운 대전환 속에서 노동의 의미를 찾는다면?

  기자는 “대단한 상상력이 필요하고, 그 속에서 노동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솔직히 아직 명확히 잡히지 않는다. 그 공간의 확대와 속도를 쫓아가기가 쉽지 않다. 그 동안 노동이 중요한 파트를 담당한 통일운동이 있었고, 남북노동자들의 자주교류의 공간도 있었다. 여기에서 적대적인 세력들과의 쟁투가 있어왔다. 그런데 지금은 이것을 뛰어넘는 더 큰 공간에서 지난 시기를 우리가 싸워왔던 힘과 조직력을 가지고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반미자주화, 조국통일, 남북노동자 자주교류라는 기존 운동의 틀을 가지고 이 새로운 거대한 장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표출하여야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 느낌, 그 의미를 더 분명하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

  북만 해도 벌써 많이 바뀌고 있다. 평양 선전물도 많이 바뀌었다. 평화, 번영, 조국통일, 주체사상 이런 구호를 있었지만 미제 타도 등등의 구호는 사라졌다. 미국사람들에 대해서 남측 누군가 이야기하면 일단 그냥 듣는 태도이다. 미국놈들! 나쁜 놈들! 이렇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뭘 했냐를 따졌고 한발 더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남과 북이 뭔가 새로운 것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노동 역시 시야가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4.27 판문점 선언으로 열린 시대는 과거 6.15나 10.4 시기와는 전혀 다른 시대이다. 새로운 시대이다. 단적으로 사람들은 이미 10개월 만에 3번의 정상회담을 보았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래 18년 동안 5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는데 그 중 3번이 10개월 만에 진행된 것이다. 이제 올해 안에 4번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것인데, 남북정상이 무시로, 수시로 만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이다. 수시, 무시로 만난다는 것은 이제 저쪽의 대표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우리 사회에 주목해서 들어야 할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 전에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를 관심있게 듣는 사람은 전문가들이었고 극소수였다. 그런데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연설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남과 북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이번에 가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야기했던 것을 남측언론이 한 시간 넘게 해설을 한다. 이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1시간이 넘게 해설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더 잘 준비해야 한다.”

노동계가 함께 평양에 참가한 의미는?

  “3차 평양남북정상회담이 펼쳐지는 오늘이라는 것이 민족자주의 원칙을 가지고 통일로 가야한다는 치열했던 어제의 투쟁이 없었다면 가능했겠는가. 그 투쟁과 대중적 염원의 가장 중심에 노동이 있었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6.15남측위를 비롯한 치열한 통일운동이 있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현실에서는 남북정상회담으로 총화된다고 했을 때 각계각층의 참가 요청은 단순히 보조하고 수행한다는 의미를 넘어 참여하고 함께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 노동시민사회진영이 참석하는 것은 마땅하고 거기에 누가 오든 안 오든 민주노총이 함께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북과정에서 북측이 노동에게 보여주는 신뢰감은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북측과 간담회 할 때도 그랬고, 일상접촉에서도 기본적으로 “노동을 믿는다. 그 동안 열심히 해왔다.”라는 태도가 확고하게 바탕에 깔려있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이라고 소개하면 “고생 많으시다”하며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구체적인 상황도 잘 알고 있었다고 술회했다. 
  김 위원장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복직한 것 등도 알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관심과 믿음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간담히 자리 등에서 확인되는 과정들을 보았다. 이런 점들이 노동이 평양정상회담에 참가했던 의미를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노동시민사회 종교계 간담회 : "6.15 공동선언 망가질 때 뭐했나?"는 질타도

  기자는 노동시민사회 종교계 간담회 때 나온 이야기를 좀 더 소개해 달라고 주문했다.

  “각종 간담회들은 남북교류의 경험을 돌아보고 새로운 교훈과 전망을 얻는 자리였다. 남북교류에서 한다하는 전문가들도 많이 참석했다. 결국 구체적이고 복잡한 정세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결국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이냐. 남과 북이 어떻게 할 것이냐가 초점이었던 같다.

  그런데 대체로 남쪽에서 간 인사들은 ‘정세와 조건’이라고 하는 것들에 더욱 많이 따지는 분위기였다. 노동사회종교계 면담에서도 북측은 일관되게 ‘남과 북의 우리민족이 힘을 합쳐서 난관을 돌파해 가는데서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정권들, 이명박근혜 정권 시기에 6.15, 10.4선언의 빛이 바래지고 원점으로 돌아갔던 것 아닌가. 그 과정에서 남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돌파하고 싸워야 했던 것 아니었나. 지금에 와서 자꾸 여러 방면에서 자주교류, 자주교류 하자고 하는데, 싸우는 과정이 없다면 지켜내지 못한다. 앞으로도 이걸 지켜내려면 지금 이것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에 대해서 북이든 남이든, 민간단체들도 더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야 한다, 투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남측 인사들이 흔히 이야기 하는 외교적인 고려, 남쪽이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들을 북쪽이 잘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식의 수세적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북측에서는 그러니까 지금까지 타파하자고 했던 것 아닌가, 남쪽에서 정상회담을 비판하고 판문점 선언을 비판하는 세력들은 우선 사회체육계 시민사회단체들부터 적극 나서서 제기하고 운동을 벌이고 치켜세우는 역할들을 하면서 싸워야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주장들이 나온 것이다.”

  “나는 토론 중에 6.15남측위원회가 참가하지 못해 아쉽다. 남북 노동자들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판문점 이행과정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들을 극복하기 위해 힘있게 투쟁하고 돌파해 나가겠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카운터 파트너 조정 만만치 않았다”

  간담회 관련 다른 에피소드는 없나요? 라고 물었다.

  “박원순 시장 등 지자체 장들은 카운터 파트너가 애매했다. 도 책임자들이 나올 수 없었고, 서울시장이 평양시당위원장을 만날지, 평양인민위원회 의장을 만날 지 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각 당대표들도 일정이나 파트너에 문제가 있어 간담회가 불발되기도 하였다. 노동 역시 직총에서 나오지 못했다. 북측은 남측에서 의미하는 경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이런 경우들이 앞으로 많을 텐데 어떻게 매칭시켜 나갈 건지 서로 간에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이런 일은 사실 정부차원에서는 다 커버할 수 없다고 본다. 결국 다방면적 자주 교류 속에서 맞추어 나가는 길 밖에 없다. 그래도 가장 뚜렷할 수 있는 부분이 노동이다. 노동은 단위가 명확하고, 그쪽은 노동중심의 사회라고 하고 있고, 우리는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차이를 확인하고 줄여나가는 것. 이런 것이 남과 북 서로에게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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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류관 만찬 후 대동강을 배경으로 문재인 대톨령,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명환 위원장

이번 방북에서 김명환 위원장이 생각하는 명장면 3개만 꼽아달라고 주문했다.

명장면1 “빛나는 조국”

  첫 번째는 5.1경기장 ‘빛나는 조국’이었다.
  “공연에서 공연을 보여주는 사람과 공연을 보는 사람들의 일체감이었다. 남쪽에서 저런 공연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문화관계자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저런 공연은 훈련도 해야 하지만, 신념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집단성, 조직성, 신념이 어우러진 일체감의 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명연설로 우리민족의 일체감으로 승화되었다. 정말 우뢰와 같은 박수를 뒤로 하고 격정을 누르면서 5.1경기장을 떠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보장성원들이 해 준 이야기에 의하면, 원래 80분이었던 9.9절 공연 중, 사회주의 건설과 관련한 자체 총화내용은 다 걷어내고, 9.19를 위해 새로 60분짜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기존 공연에서 4.27 이후 10분 분량에 민족대단결, 민족화합 부분을 10분 더 추가해서 9.9절 공연 이후 일주일 만에 완성해서 올린 공연이라고 하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4.27선언 이후 평화번영, 자주통일 부분을 많이 보완해서 공연을 올렸는데, 외교적 대응이라기보다는 자신감의 반영이라고 본다. 거기서 느낀 건 자신감이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명장면2 “백두산 천지”

  두 번째는 백두산 천지였다.
  “뭐니뭐니 해도 천지다. 개인적으로 세 번 만에 본 것이다. 중국 쪽으로 갔을 때는 못 봤다. 비만 맞고 안개가 깔려있었다. 그 천지의 천하장면, 민족의 장대한 기상을 느꼈다. 그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김 위원장은 장군봉까지는 갔지만 천지 아래로 내려가지는 못했다. 4인승 삭도 5대 1세트 해서 20명씩 내려갈 수 있는데, 1세트는 먼저 남북 정상부부, 경호라인, 핵심 수행라인이 내려가고, 다른 한 세트는 가수 예술인 등을 우선 태운 것 같은데 사실 운에 달려있었다. 김명환 위원장은 바로 2명 앞에서 줄이 끊겼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명장면3 “평양시민의 새벽 환송”

  세 번째는 평양시민의 새벽 환송이었다.
  “우리가 잘 볼 수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가슴에 남는 인상적 장면이 있다. 백두산 간다는 것을 전날 밤에 통보받았다. 새벽 4시에 일어나야했다. 새벽 4시, 5시는 여전히 캄캄하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오고 있었다. 호텔 밖으로 나가는데 뭔가 웅웅 하는 소리가 들렸다. 평양시민들이 조국통일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평양시민들이 새벽 5시에 환송을 나온 것이다. 캄캄한데다가 버스 창에 코팅까지 쳐놓으니 시민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희미하게만 보였다. 
  비오는 새벽에 호텔 입구에서부터 평양시내를 빠져나갈 때까지 양쪽에 나와서 꽃을 흔들면서 조국통일을 외치는 평양시민들. 마침 버스기사가 버스 안 불을 켰다. 안에서 보는 밖은 희미했지만 밖에서는 안을 환하게 볼 수 있었다. 비오는 날 깜깜한 새벽에 환송인파는 백화원 초대소, 고려호텔부터 평양순안공항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아마 환영인파가 그대로 다 나온 것 같았다. 8시가 넘어서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우리 앞으로 수천 명이 지나갔다. 뭐라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놀라움과 감동으로 바라보았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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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김명환 위원장

“자기 역할을 찾아가는 사람들”

  기자는 평양시민, 노동자들의 모습에 대해서 느낀 점을 물어봤다.

  “밖을 잘 못 나가서 호텔앞 지나가는 시민들 밖에는 못 봤다. 호텔 안에서 봉사원들에게 느낀 점은 있다. 자기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임금, 뭐 이런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사회적으로 맡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뭘 물어봐서 잘 모르면 ‘알아봐가지고 오겠습니다’하고 갔다 와서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어쨌든 각각이 전체 사회를 운영하기 위한 각자의 역할을 맡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집단속에서 자신의 지위를 자각하면서 뭔가 사회가 움직이는 느낌이었는데, 그것이 딱딱하고 절도있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진행된다는 느낌 같은 것이 있었다.

  오다가다 본 평양의 모습은 활력이 넘쳐있었다. 수행단 중 방북을 수차례 한 사람들 이야기로는 그야말로 상전벽해라고 전했다. 우리 숙소 바로 뒤 보통강도 10년전 만해도 냄새가 났는데 이제는 낚시를 하고 있고, 고려 호텔 주변 건물 역시 깔끔하게 개량되고 정리되어 있었다. 평양 역시 충분한 인프라가 형성되고 잘 작동하는 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필요한 자원만 좀 더 들어가면 상당히 활성화될 것이다. 자원부족이 문제였다. 그 원인은 결국 고립과 제재였다.

  과학자 거리 아파트를 어떻게 나누주는가 물었더니, 박사, 준박사 등 어느 정도 등급에 따라 규모의 차이는 있다고 했다. 그런데 또 하나의 기준은 그 사람의 식구가 몇 명인가란다. 그러니 '사회에 얼마나 공을 세웠는가 '하고 '가족의 숫자'가 아파트를 공급받는 기준이었다.”

향후 금강산 노동자 자주교류, 결국 제재가 문제

  노동자 자주교류에 대한 계획에 대해서 김명환 위원장은 희망과 함께 걱정도 전했다.

  “이미 준비되고 있는 10.4선언 기념행사에 6.15남측위를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될 것이고 노동도 함께 할 것이다. 10.4기념행사에서 남북노동자는 평양에서 ‘남북확대대표자 회의’를 개최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10월 쯤 실무협의가 진행될 것이다. 
  금강산 노동자 통일대회 문제도 함께 협의한다. 그런데 북측에서도 금강산 지역은 대북제재의 타겟지점이라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염려를 했다. 이제 남북노동자들이 교류를 하면서도 결국 대북제재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오죽하면 개성공단 관계자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에게까지 찾아와 개성공단문제, 대북제제 문제를 꼭 풀어달라고 요청을 했겠나.
나는 북측인사들에게 남측 촛불시민사회단체가 이번 유엔총회에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가서 종전선언, 대북제제 해제,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 역설할 것이라고 전했다.”

섬나라 일본식 철도산업에서 대륙으로 가는 철도산업

  기자는 철도노동자 출신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철도연결문제에 대한 언급도 요청했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이 한전출신인데 이번에 한전 사장도 왔다. 나는 철도노동자 출신인데 코레일 사장도 함께 왔다.(웃음) 평양역 주변을 보니 철도시설 개량이 필요해 보였다. 우리는 KTX중심이라서 많이 달랐다. 북측이 중국과 일대일로를 연장해서 연결하면 철도 개량과 복선화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그러나 결국 우리의 큰 인프라 자산이 된다. 
  남북이 연결되는 순간 철도산업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중국 러시아 유럽을 포함한 철도산업을 구상하고. 다자간 협력을 고민해야 한다. 그 동안 한국철도산업의 시스템 패턴은 일본철도산업의 연장이었다. 결국 일본이 놓은 철도를 써왔으니까. 예를 들어 휘어진 코스를 돌 때 열차 탈선방지용 주행속도 계산법은 여전히 일본의 계산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제는 통일경제의 희망적 모델들이 만들어 질 것이고 이런 시각에서 철도산업을 보아야 한다. 철도 레일을 만드는 포철 등 철강 산업, 철도차량을 만드는 로템 등 제조업, 철도를 운영하는 코레일, 토목 등 기반시설을 까는 부분들이 더욱 더 통합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점, 철도산업이 국가산업의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점, 철도산업에서의 일본의 영향이 완전히 일소되고 대륙을 연결하는 철도산업의 입지가 자리잡는다는 점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천연가스를 잇는 에너지 분야도 이와 비슷한 혁신적 변화가 올 수 있다. 천연가스관이 연결 되면 단가가 1/24로 줄어든다는 분석이 있다. LPG(석유액화가스)처럼 채취-액화-재가스화 공정과 운송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에너지 우선 순위가 원자력-화력-가스에서 우선 순위가 바뀌게 되는 대 지각변동이 올 것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

  마지막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에 대해서 한 마디 한다면?

  “남과북 정상들이 한반도 영구적 평화체제를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면, 이 문제에 대해 강력한 영향을 주어왔던 미국이 이제 답을 해야할 차례이다. 사실 미국은 소소하게 자주적 교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넘어서서 북의 전체 시스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북 사회가 대단히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작용을 했다. 우선 대북제재 이런 걸 해소해야 한다. 지금 남북 정상이 확인한 신뢰조치를 놓고 보면 미국이 종전선언과 대북제재해제를 못할 이유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 서울방문이 오래 안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역사이다. 어떻게 환영해야 하겠는지 토론하려고 한다. 어서 오시라. 민주노총 조합원과 함께 기다리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