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 합수
평양=공동취재단/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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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오전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오전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그리고 백두산 천지에 남쪽에서 가져온 한라산 백록담 물을 섞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8시 20분경 삼지연비행장에 도착, 먼저 온 김 위원장 부부와 함께 차량으로 백두산 장군봉으로 향했다. 장군봉에서 내린 남북 정상은 백두산 천지를 부감했다.

  장군봉 정상에는 남북 정상 부부를 위한 의자 4개와 탁자가 마련됐다. 하지만 남북 정상은 앉지않고 천지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합니다.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갑니다. 우리는 내려갈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국경이 어디입니까?”

김정은 국무위원장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습니다.”
리설주 여사 “7~8월이 제일 좋습니다. 만병초가 만발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그 만병초가 우리집 마당에도 있습니다.”
리설주 여사 “네.”
김정은 위원장 “꽃보다는 해돋이가 장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릅니다.”

김정은 위원장 “(옆에 있는 보장성원에게) 천지 수심 깊이가 얼마나 되나?”
리설주 여사 “325m입니다. 백두산에 전설이 많습니다.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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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 내린 남북 정상이 백두산 장군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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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천지를 바라보는 남북 정상 부부.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담소를 나누던 남북 정상은 2박3일 평양회담을 되돌아봤다. ‘9월 평양공동선언’의 성과를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 장군봉 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자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습니다.”

문 대통령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지요.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하고.”

리 여사 “연설 정말 감동 깊게 들었습니다.”

문 대통령 “제가 위원장께 지난 4.27 회담 때 말씀드렸는데요.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습니다. 지금도 많이 가고 있지만, 그때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었습니다.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어요.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습니다.”

김 위원장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 분단 이후에는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까.”

문 대통령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습니다.”

  백두산 장군봉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그린 남북 정상은 천지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천지로 내려가자고 제안하자, 문 대통령은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궈보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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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부부가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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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이 백두산 장군봉에서 부감한 천지.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천지로 향하기에 앞서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남북 정상은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를 본 북측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통일강국을 일으켜 세울 결심을 표현한 것”이라며 “통일강국을 일떠세울 영예를 본받아 백두신령이 내리는 광경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두산 장군봉에 함께 오른 남측 수행원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대해 벌써 들떠있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한라산으로 안내하겠다고 말했고, 송영무 국방장관은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리설주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고 응수했다. 김정숙 여사는 한라산 물을 가져왔다며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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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부부는 향도역에서 천지로 향하는 삭도에 함께 탔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 하나되다

  남북 정상은 장군봉에서 내려와 천지를 가기 위해 향도역으로 향했다. 향도역에서 남북 정상 부부는 함께 삭도에 탑승했다. 오전 10시 10분 출발한 삭도는 10분 만에 천지에 닿았다.

  남북 정상 부부는 약 30분동안 백두산 천지 주변을 걸으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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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을 합수하고 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가 가져온 생수병을 건네받았다. 그는 생수병에 반쯤 담긴 한라산 물 일부를 백두산 천지에 뿌렸다. 그리고 다시 천지물을 생수에 담았다.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이 하나가 됐다.

  남북 정상 부부는 백두산을 떠나 삼지연에서 오찬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후 3시 30분 공군 2호기를 타고 삼지연비행장을 떠나, 성남 서울공항으로 직행하고 있다. 특별수행원 53명은 오후 3시 25분 고려항공을 타고 삼지연비행장을 떠나 평양국제비행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공군 1호기를 타고 돌아올 예정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 브리핑을 통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선 남과 북의 두 정상 내외, 1년 전에는 누구도 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고 험할 것이지만 두 정상에게 천지를 내어준 백두산의 기운은 민족의 하나 됨과 평화의 한반도를 위한 서광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두 정상이 백두산에 섰던 장면만으로 감동을 준 것”이고 “국제사회 뿐 아니라 한민족은 백두산이 주는 상징이 워낙 크고 또 어떻게 보면 한민족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보는 정서가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추가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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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에서 선 남북 정상 부부.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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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장군봉에 선 문재인 대통령 부부.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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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장군봉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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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에서 내려와 향도역으로 향하는 남북 정상.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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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부부는 천지로 향하는 삭도에 함께 탔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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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에서 담소를 나누는 남북 정상과 북측 김영철 당 부위원장.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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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부부와 남측 공식수행원들이 백두산 장군봉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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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장군봉에 선 남측 경제인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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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오전 삼지연비행장에 도착, 김정은 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 [사진-평양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