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

‘평양 정상회담’이 하루 남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번째 만남입니다. 남북의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며 4월27일과 5월26일 열렸던 1·2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장면을 ‘최초, 파격, 유머’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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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1. 북한최고지도자, 남한땅 처음으로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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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서 처음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4월27일 오전 9시29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건물인 티투(T2)와 티스리(T3) 건물 사이 군사분계선 앞에서 마주 섰습니다. 너비 50㎝, 높이 5㎝의 콘크리트판을 사이에 두고 두 정상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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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화동으로부터 꽃을 받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이날의 만남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지난 정상회담들과는 달리, 북한 최고지도자가 분단 뒤 처음으로 남녘 땅을 밟았기 때문입니다. 환영 인사를 나눈 뒤 “오시는데 힘들지 않았느냐”고 문 대통령이 묻자, 김 위원장은 “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는다. 이 역사적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대통령께서 이렇게 분계선까지 나와서 맞이해주시니 정말 감동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온 건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었다”는 문 대통령의 말에, 김 위원장은 “아이, 아닙니다”라고 웃으며 답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머리 발언에서도 남녘 땅을 밟은 감동을 꾸밈없이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보니까 사람이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나 쉽게 넘어온 역사적인 이 자리까지 11년이 넘었는데, 왜 그렇게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우리가 좋게 나가지 않겠나, 이런 생각도 하면서 200m를 걸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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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북한최고지도자 최초로 남한 의장대 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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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열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군사분계선을 넘어 회담장인 판문점 남쪽 지역 ‘평화의 집’으로 가는 길, 김 위원장은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육·해·공 3군으로 구성된 국군의장대와 전통의장대를 사열했습니다.
  협소한 공간과 남북관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 예포 발사가 생략되는 등 약식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김 위원장을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인정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앞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도 평양 방문 때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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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 세계 유례없는 40분 생중계 ‘공개 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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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1차 정상회담에는 외교사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진기한 장면도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전 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배석자 없이 40분간 깊은 대화를 나누는 ‘공개 밀담’을 한 것입니다.
  공개 밀담은 4월27일 오후 4시36분께 두 정상이 수행원을 전혀 대동하지 않은 채 단 둘이서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두 정상은 4시42분께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장소에 마련된 의자에 마주 앉아 더 깊은 대화를 이어갔고 30분이 지난 5시12분께 테이블 대화를 마치고 일어섰습니다. 두 사람은 왔던 길을 되걸어 5시16분 다른 수행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지점에 닿은 뒤,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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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보다리 위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생중계된 화면으로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은 전혀 들리지 않았으나,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며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전 세계에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두 사람이 앉아 대화하는 모습 역시 멀리 떨어진 카메라에 잡혀 생중계됐습니다. 두 정상은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방안에 대해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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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격

4.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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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과 역사적인 악수를 하면서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질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답했다. 두 사람이 5센티미터 높이의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되돌아오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1차 남북정상회담 최고의 파격은 문 대통령의 ‘깜짝 월경’이었습니다. ‘평양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북녘 땅을 밟는 순간이었습니다.
  첫 만남 뒤 두 정상은 악수를 했고, 문 대통령의 안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먼저 군사분계선을 성큼 넘어 남쪽으로 왔는데요. 자유의집, 판문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뒤 문 대통령이 회담 장소로 이동하려던 바로 그때,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을 한 번 더 넘어 북쪽으로 건너갈 것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대화는 이렇습니다.

문 대통령: (김 위원장께선) 남측으로 오셨는데 저는 언제쯤 (북쪽으로)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김 위원장: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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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예정에 없던 ‘깜짝’ 제안을 문 대통령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응했고 두 정상은 함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습니다. 이렇게 문 대통령은 판문점 안에 있는 군사분계선을 넘은 최초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군사분계선 너머 북쪽 지역에서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았고, 10여초간 북쪽 구역에 머물다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함께 남쪽으로 건너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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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정은 위원장, 이례적으로 탈북자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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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파격은 김 위원장의 말 속에도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며 상당히 솔직한 발언을 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탈북자와 연평도 주민 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판문점까지) 오면서 보니 실향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며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탈북자, 접경 지역 주민의 불안한 심정을 헤아리는 발언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북한 언론이 탈북자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부르는 등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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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환송행사장에 울려 퍼진 서태지와 아이들 ‘발해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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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숙 여사, 리설주 여사가 환송 공연을 보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1차 남북정상회담은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 파격적이었습니다. 두 정상은 부인들과 함께 밤 9시10분께 ‘평화의집’ 앞에서 열린 환송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이때 배경음악으로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표한 3집 앨범 타이틀곡 ‘발해를 꿈꾸며’가 흘러나왔습니다.

  ‘발해를 꿈꾸며’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정 나에겐 단 한 가지 내가 소망하는 게 있어/갈려진 땅의 친구들을 언제쯤 볼 수가 있을까/망설일 시간에 우리를 잃어요/한민족인 형제인 우리가 서로를 겨누고 있고/우리가 만든 큰 욕심에 내가 먼저 죽는걸/진정 너는 알고는 있나 전 인류가 살고 죽고/처절한 그날을 잊었던건 아니었겠지/우리 몸을 반을 가른 채 현실없이 살아갈 건가/치유할 수 없는 아픔에 절규하는 우릴 지켜줘 (중략)

  의미심장한 가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두 정상이 나란히 자리에 앉자 ‘평화의집’의 모든 불이 꺼졌습니다.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에 조명이 들어오더니 아리랑 연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물놀이패가 함께 장단을 맞췄습니다. 노란색 나비가 날아가는 장면이 건물 벽면에 비쳤고 이어서 ‘하나의 봄’이라는 글귀가 나타났습니다. 불이 다시 켜지고, 두 정상이 만나 악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슬라이드처럼 벽면을 지나갔습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봤습니다.

  9시24분 행사를 마친 김 위원장 부부는 문 대통령 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승용차에 올랐습니다. 김 위원장은 차가 달리자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문 대통령 부부에게 석별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9시28분 김 위원장을 태운 차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으로 건너가면서 12시간 동안 ‘세계를 뒤흔든’ 판문점 드라마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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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남북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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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월26일 판문점 북쪽 판문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차 남북정상회담은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판문점 북쪽 지역 통일각에서 5월26일 오후에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제안과 문 대통령의 수락, 그리고 성사까지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긴급히 열린 만큼 경호와 의전을 과감히 생략한 채 이뤄졌습니다.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두 정상은 “제대로 모셔야 하는데 잘 못 해드려 미안한 마음”(김 위원장), “이렇게 쉽게 깜짝 만났다는 것이 남북 간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문 대통령)이라는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표시했습니다.
  2차 정상회담은 당시 좌초 위기에 빠졌던 북-미 정상회담을 건져 올렸습니다. 2차 정상회담의 성과를 <한겨레>는 당시 사설에서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북-미 정상회담의 원상회복을 위한 중대한 전기를 마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뒤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남북 정상의 신속한 만남과 적극적인 대응이 위기에 봉착한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살려낸 것을 높이 평가한다. 이로써 북-미 관계의 길잡이로서 우리 정부의 입지도 더욱 단단해졌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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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머

8.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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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7일 평화의 집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인 옥류관 평양냉면. 한국공동사진기자단

  1차 남북정상회담은 뜻밖의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평화의집에서 열린 오전 회동 머리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오기 전에 보니까 오늘 저녁에 만찬 음식 가지고 많이 얘기하는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습니다. 가지고 왔는데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평양냉면, 이게 멀리서 온…. 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웃음)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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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건배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 위원장이 툭 내뱉은 농담 한마디에 마주 앉은 남북 양쪽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솔직하고 대담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이 발언은 그 뒤 여러 광고에 쓰이는 등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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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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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전환담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 위원장의 ‘농담’은 또 있습니다. 1차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평화의집 환담장에서 문 대통령이 아침 일찍 출발했을 것이라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엔에스시(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습니다”라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새벽 3~6시 사이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 대통령이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온 일을 언급한 것입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대답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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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신스틸러’ ‘남매 케미’ 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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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판문점에서 전통의장대장의 인사를 받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1·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입니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그림자 밀착수행하며 ‘남매 케미’를 뽐냈습니다. 4월27일 군사분계선을 넘은 김 위원장이 남쪽 화동으로부터 받은 꽃을 바로 옆에서 자연스럽게 넘겨받은 것도, 평화의집에 도착해 방명록을 쓰려는 김 위원장에게 펜을 건넨 것도 모두 김 부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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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월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 앞에 마중 나온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다 보니 때론 실수를 하기도 했는데요.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레드카펫 위로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 뒤를 따라가다,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의전’ 실수를 알리자 서둘러 옆으로 빠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2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통일각에 도착한 문 대통령을 영접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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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