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원로자문단 초청 오찬간담회... "남북관계를 내실있게 발전시키겠다"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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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지난 3월 원로자문단을 꾸리고 4월 12일 첫 오찬간담회를 한 지 5개월여 만에 다시 오찬간담회를 연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첫 번째 정상회담이었던 4.27 남북정상회담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남북 대화에 원로자문단이 주신 자문들이 아주 큰 도움이 됐다"라며 "저로서는 세 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서 다시 한 번 고견을 듣고자 이렇게 모셨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독자적인 남북관계 발전 도모,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종식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 논의, 북미대화 복원을 위한 남한의 중재자·촉진자 역할 지속 등을 언급했다. 

  특히 북한 쪽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미국 쪽에는 "북미간 적대관계 종식이나 체제 보장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1년 4개월 만에 세 번 만날 줄 누가 예상했겠나?"  

  먼저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맞이하는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원로자문단에게 설명해 나갔다. 

  문 대통령이 설명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목표'는 "남북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과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를 중재하고 촉진하는 것"이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는 보는 분에 따라 속도가 좀 느리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 속도다 너무 빠른 것 같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라며 "하지만 저희가 구상했던 것보다 오히려 활발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저로서는 이번이 세 번째 맞는 남북정상회담인데, 사실 제가 취임한 지 불과 1년 4개월 만에 그렇게 세 번이나 만나게 될 것을 누가 예상했겠나?"라면서 남북관계의 "활발하고 빠른 속도"를 언급했다.

  그는 "그냥 올해 연말 정도에 첫 번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면 아주 큰 다행이겠다고 다들 전망했는데 그런 전망에 비춰보면 남북간 대화는 대단히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라고 자평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남북관계 내실있게 발전시키겠다"

  이어 문 대통령은 "다만 우리가 국제제재라는 틀 속에서 남북대화를 발전시켜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답답한 면도 있고, 안타까운 면이 있다"라며 "하지만 주어진 조건과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남북관계에서 특별히 새로운 선언이 필요한 단계는 넘어섰다고 생각한다"라며 "지난번 4.27공동성명(판문점선언)과 그 이전에 있었던 남북간의 합의들을 이제 내실있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본격적인 남북관계 발전은 국제제재가 풀려야만 가능할 것이고, 그것은 북한의 비핵화가 완성돼야 가능할 테지만 그 이전에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서 남북관계를 내실있게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북한의 비핵화 실행여부 등을 면밀하게 지켜보면서도 독자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이는 최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맥락과도 상통한다. 임 실장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냉엄한 외교 현실의 세계에서 미국의 전략적 안내와 동의없이 시대사적 전환을 이룬다는 건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라면서도 "하지만 지난 1년여, 결국 내일을 바꾸는 건 우리 자신의 간절한 목표와 준비된 능력임을 새삼 깨우치는 시간이기도 했다"라고 썼다.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내일은 다르게 시작된다"라고도 했다.

"육지에서 해상에서 군사적 긴장·충돌 완전 종식하겠다"

  또한 '독자적 남북관계 발전 도모'는 평양회담의 주요 의제와도 직결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미간의 군사적 긴장과 적대관계 해소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원로자문단 초청 오찬간담회에서도 문 대통령은 "지금 단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남북간 군사적 긴장과 충돌 가능성, 전쟁의 위협 등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남북간 군사적 긴장과 충돌, 전쟁의 위협 종식'과 관련한 좀더 구체적인 내용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휴전선 그리고 비무장지대, 그 중심으로 하는 일대, 육지에서는 그렇고, 또 해상에서는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과 긴장의 가능성, 그로 인한 전쟁의 위협이나 공포를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에 집중해서 노력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비무장화, NLL을 기준으로 한 서해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그는 "그밖에 우리가 국제제재의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남북관계 발전도 함께 도모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분석한 북미 교착국면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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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가 교착국면에 처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북미대화 복원 가능성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가 요즘 교착상태 빠진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것(북미대화)도 기대 이상으로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북미관계"의 사례들을 짚어갔다. 문 대통령은 "우선 사상 최초로 북미정상이 마주앉자 회담을 하고 합의사항을 내놨다, 그것이 불과 석달 전의 이야기다"라며 "그리고 미국의 국무장관이 북한을 세 차례나 방문하는 일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한 북미대화 과정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그것을 위해서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를 취했다"라며 "앞으로 핵이나 미사일, 어떤 도발, 추가실험을 일체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작년 11월 이후에는 일체의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핵실험장을 폐기했고, 미사일 엔진 시험장도 폐기했다"라며 "그런 조치에 대해서 우리 한미 양국도 미국의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으로 화답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말하자면 북한은 앞으로 핵과 미사일을 더 발전시켜 나가는, 더 고도화하는 작업을 포기했다고 말할 수 있다"라며 "표현하자면 북한이 미래핵은 폐기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미군 유해를 송환한다든지 이번 9.9절 사열에서도 중장거리 미사일을 동원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성의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북한이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핵뿐만 아니라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문하면서 "북한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들은 여러 가지 조치들을 진정성 있게 실천했는데, 미국에서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는것 말고는 한 게 없지 않느냐, 북한이 취한 조치는 하나하나 불가역적 조치인데 우리 군사훈련의 중단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러니 북한이 추가적인 조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되겠다고 하는 것이 지금 북미간 교착의 원인인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북미 양측이 모두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하지만) 저는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비록 실무적 회담은 부진한 면이 있지만 북미 양정상은 분명없이 친서를 보내면서 서로 간에 신뢰를 거듭거듭 확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리고 북미 양측 모두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은 비핵화하겠다는 것이고, 그래서 미래핵에 이어서 현재핵도 폐기하겠다는 것이고, 미국도 북미간의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를 보장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상대에게 먼저 선이행하라고 요구하면서 지금 서로 막혀 있는 것이어서 저는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접점을 찾아서 제시하고, 대화를 다시 촉진시켜 나가고, 그렇게 해서 비핵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게끔 하는 것이 우리가 가운데에서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임동원 단장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역사의 물줄기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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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의견은...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좌장인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공동이사장이 13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어 원로자문단을 대표해 모두발언에 나선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원로자문단장)은 "마침내 내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된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라며 "이것은 남북관계 발전의 큰 밑받침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임 명예이사장은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간 소통의 채널을 마련하고,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전쟁위기를 극복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의 길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문 대통령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러한 문 대통령의 역할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역사의 물줄기 바꾼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임 명예이사장은 "또한 대통령은 북미간 대화 중재를 통해 70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북미의 사상 첫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라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임 명예이사장은 "이제 우리는 평화를 만드는 대역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라며 "누구도 해낼 수 없었던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하고 싶어했던 평화와 번영의 밝은 미래를 개척한 대통령의 원대한 비전과 예리한 판단력, 담대한 결단력, 그리고 탁월한 협상력에 많은 국민들과 함께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임 명예이사장은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이미 합의한 데 기초해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 정착을 추동하는 한편, 남북관계를 내실있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미국의 대북관계 정상화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동시 병행 추진되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성공적인 회담이 되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오찬간담회에는 임 명예이사장 외에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김정수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박재규 경남대 총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현숙 여성평화외교포럼 명예대표, 이홍구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 장상 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대표공동의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최완규 신한대 석좌교수,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 황원탁 북한대학교대학원 초빙교수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