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D 기조연설, ‘초보적 운용적 군비통제’ 개념 제시도
김치관 기자

“이번 만남에서는 양 정상간 더 깊이 있고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은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세 번째 정상회담에 대해 “지난 번 남북 정상의 만남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목표에 대한 확인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던 정의용 실장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7회 서울안보대화(SDD) 기조연설을 통해 방북 결과와 남북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밝혔다.

  정의용 실장은 “이번 특사단 방북 계기에 남북은 올 들어 세 번째 정상회담을 다음 주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과정에 다시 한 번 돌파구를 마련하여 북미대화와 비핵화 진전을 추동할 또 하나의 결정적 계기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며 “이는 김정은 위원장도 비핵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남북 양 정상이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운 국면을 맞이한 북미대화의 물꼬가 다시 트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북미 간 가교 역할을 의식, 특사 방북시의 북측 입장을 소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에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고, 이를 위해 남북 간에는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해가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는 것.

  또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깊은 신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미간 오랜 적대적 역사를 청산하고 비핵화를 실현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며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비핵화의 시간표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외에도 “김 위원장은 또한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의문시하는 국제사회 일각의 목소리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고 종전선언에 대한 일부 우려를 해소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특사단에게 자신이 내린 비핵화 결정이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달라고 호소했다”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이 스스로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전선언 관련 우려는 정의용 실장이 특사 방문 이튿날인 지난 6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또 우리나라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우려, 즉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약화 된다, 또는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된다 하는 것들은 종전선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라는 입장을 저희한테 표현을 해왔다”고 확인한 바 있다.

  정 실장은 “우리 특사단은 김 위원장이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대해 비핵화와 이를 달성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적극 소통하고자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정 실장은 군사분야 긴장 해소와 신뢰 구축 문제를 주요하게 언급했다.

  그는 “이번 특사단 방문 계기에 남북은 또 하나의 중요한 합의를 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군사 분야에서의 포괄적 협력 방안에 관한 협의를 다음 주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종결짓고 상호 군사적 신뢰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도록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또한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는 한반도 비핵화의 기본 전제이자 환경”이라며 “남북간 긴장완화는 북한 비핵화를 촉진할 것입니다. 군사적 긴장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핵 없이도 번영할 수 있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된다”는 논지를 폈다.

  그러나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과 적대 관계 해소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며 남북미 3국을 거론한데 비해 남북 양자 문제로 한정했다.

  정 실장은 최근 남북간 대화를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들이 일부 취해졌고, 논의되고 있다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내 경비초소(GP) 철수, 공동유해발굴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문제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와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을 위한 서해 평화수역 설치문제 등을 예시했다.

  그는 “남북은 군 당국간 신뢰구축을 넘어 사실상 초보적인 수준의 운용적 군비통제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긴장완화 조치를 넘어서는 ‘운용적 군비통제’ 개념이 실현가능한 형태로 제출된 것은 처음이다.

  운용적 군비통제는 흔히 생각하는 군사력과 무기 감축과 같은 ‘구조적 군비통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군사훈련 상호통보, 부대배치 제한지대 설정과 같이 기존 무력의 운용을 공개하고 상호감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군비통제와 군사적 신뢰구축을 달성하는 방식이다.

  정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다각적 대화와 노력들이 하나로 모아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또 하나의 큰 전기가 마련될 것”이며 “조만간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다시 한 번 마주 앉아 또 하나의 통 큰 결단을 내리는 장면도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나아가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향한 남북미의 합의는 서로에 대한 약속인 동시에 국제사회에 대한 엄숙한 서약이다. 서로 신뢰를 갖고 이 약속을 철저히 이행한다면 이 목표는 조기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가 먼저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투철한 주인의식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개척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