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싱턴포스트 “외교 역할 사라져 국무부 내부 좌절감 확산 반영”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다음달 2일자로 사임한다고 밝히자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의 사임은 외교로 대북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 국무부 내부의 좌절감이 확산된 것이며 트럼프 정부와 정책관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각) 윤 특별대표의 입장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 그의 사임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외교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사라져 국무부 안에 좌절감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지 13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공석인 주한미국대사 등 한반도 이슈를 다룰 핵심 인력의 공백이 더 커졌다고 했다.

  윤 특별대표는 WP에 “(사임은)나의 개인적인 결정”이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내가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마지못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 역시 틸러슨 장관이 윤 특별대표의 사퇴 결정을 마지못해 수용했다고 확인했다.

  WP은 윤 특별대표가 북한과의 대화를 강하게 지지하는 사람이었다고 소개하면서, 유엔 주재 북한 외교관들과 접촉하는 핫라인인 이른바 ‘뉴욕채널’의 미 정부측 핵심 관료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엔 오슬로에서 최선희 북측 북미국장을 만나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엔 평양으로 가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직접 데려왔다.

  WP에 따르면, 미 외교관들은 트럼프 정부가 국무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데 좌절감을 나타내왔다. 최근 토머스 섀넌 국무부 정무차관이 최근 조기은퇴를 선언한 게 국무부 내부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윤 특별대표가 사임하는 배경엔 트럼프 정부와 대북정책관(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전·현직 관리들은 윤 특별대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CNN은 윤 특별대표의 사임으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지난 1년 동안 북의 핵 야망을 억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선봉에 서 있던 사람이 바로 윤 특별대표였다”며 “한국이 몇 년만에 북과 대화를 시작하게 된 이 시점에 그의 사임은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문을 더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도 북한(조선)과 미국의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국무부 내에서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전문 인력에 공백이 생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타임지는 윤 특별대표의 사임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의문이 더욱 제기되게 됐다고 분석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트럼프 정부와 이른바 ‘코피전략’을 둘러싼 견해차로 주한미국대사 후보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국무부 내 대표적인 대북 대화파인 윤 특별대표까지 사임하게 돼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한편, 윤 특별대표의 후임으로는 현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A)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고 앨리슨 후커가 거론되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후커는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과 함께 미국 고위대표단 자격으로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