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 “그것부터 통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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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개막식을 본 소감이 어떠냐.”
- 김여정 특사 “다 마음에 듭니다. 특히 우리 단일팀이 등장할 때가 좋았다.”
- 문 대통령 “처음 개막식 행사장에 들어와 (서로) 악수를 했는데 단일팀 공동입장 때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다시 축하 악수를 했다.”
- 김영남 위원장 “체육단이 입장할 때 정말 감격스러웠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10일 청와대에서 마주 앉아 전날 저녁에 열렸던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10일 청와대로 초청해 접견에 이어 오찬을 갖고 이처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북측 대표단은 단장을 맡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특사이자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4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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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그리고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걸어오고 있다.ⓒ청와대

  이들은 남북분단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전 세계는) 남북에 거는 기대가 크다. 어깨가 무겁고, 뜻깊은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며 건배사로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김영남 위원장은 “우리들을 따뜻하고 친절하게 환대해줘 동포의 정을 느낀다”며 “불과 40여 일 전만 해도 이렇게 격동적이고 감동적인 분위기가 되리라 누구도 생각조차 못했는데 개막식 때 북남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역시 한핏줄이구나라는 기쁨을 느꼈다. 올해가 북남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김여정 특사는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오기가 힘드니 안타깝다. 한 달 하고도 조금 지났는데 과거 몇 년에 비해 북남관계가 빨리 진행되지 않았나”라며 “북남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분단 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관계 개선이)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특사는 “빠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많은 문제에 대해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통일의 새장을 여는 주역이 되어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고령인 김영남 위원장이 ‘1928년 2월 4일 생’이라고 소개하자, 문 대통령은 “제 어머니가 1927년 생”이라며 “아흔을 넘기셨는데 뒤늦게나마 생신 축하한다”며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은 “건강관리 비법이 뭐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웃으며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건재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저는 등산과 트래킹을 좋아하는데 히말라야 5,900미터까지 올라갔다”며 말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젊었을 때 개마고원에서 한 두 달 지내는 것이 꿈이었다. 저희 집에 개마고원 사진도 걸어놨다. 그게 이뤄질 날이 금방 올 듯 하더니 다시 까마득하게 멀어졌다”며 “이렇게 오신 걸 보면 맘만 먹으면 말도 문화도 같기 때문에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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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방명록에 적은 글귀가 공개됐다.ⓒ제공 : 청와대

  아울러 김 위원장은 “역사를 더듬어보면 문 씨 집안에서 애국자를 많이 배출했다. 문익점이 붓대에 목화씨를 가지고 들어와 인민에게 큰 도움을 줬다”며 “문익환 목사도 (문 대통령과) 같은 문 씨인가”라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렇다. 그 동생 분인 문동환 목사를 지난해 뵀다”고 설명했다.
  남북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갔다. 문 대통령은 오찬 후식으로 천안 호두과자가 나오자 “이 호두과자는 천안 지역 특산 명물이다. 지방에서 올라오다 천안역에서 하나씩 사왔다”고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은 “건강식품이고 조선 민족 특유의 맛이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관심을 표했다.
  오찬을 함께 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갑자기 떠오른 듯 “남북한 언어의 억양이나 말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특사는 “우리와 다른데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 위원장은 “남측에서 온 분을 만났더니 할머니에게 함흥 식해 만드는 법을 배웠고, 그래서 많이 만들어 먹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도 식해를 잘 만드는데 저는 매일 식해를 먹고 있다. 함경도는 김치보다 식해를 더 좋아한다”고 호응했다.
  김 위원장이 “남측에서도 도별로 지방 특색음식이 있겠죠?”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그렇다. 향토음식이 다양하게 있다”고 답했다.
  이날 오찬 메뉴는 강원도 대표 음식인 황태요리와 북한의 대표 음식인 백김치, 그리고 여수의 갓김치 등으로 구성됐다. 후식으로는 천안의 호두과자와 상주 곶감이 나왔다. 건배주는 한라산 소주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8도 음식이 다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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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일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입장하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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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9일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