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8일 한국을 방문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 일정이 북한압박에 집중돼 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을 초청해 올림픽 개회식에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방한 중에는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하고, 서울에서 탈북자들과의 간담회를 연다. CNN은 “펜스 부통령이 올림픽 기간 중 북한이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막아내며 김정은을 향해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일정대로라면 펜스의 방한은 미국을 대표해 올림픽을 축하하러 오는 게 아니라 북한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하려는 정치 이벤트를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웜비어 부친의 개회식 참석은 그 자체로 정치적 시위나 다름없다. ‘어떠한 시위 또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전도 올림픽이 열리는 곳에서 금지된다’는 올림픽 헌장 50조에도 어긋난다. 미국 청년 웜비어를 불법 감금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잘못의 책임은 엄중하게 물어야 하지만 이를 굳이 올림픽 현장에서 부각하려는 것이 온당한 처사일까. 
  국제사회는 지난해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전후로 적대행위를 하지 말자는 유엔 결의를 채택했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해 합동훈련을 중단하기로 것도 이 결의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무기만 들지 않았을 뿐 적대행위는 계속하겠다는 태세다. 주최국인 한국으로서도 불편하고 불쾌하다. 이미 북한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받아왔고, 미국이 부과하는 별도의 독자제재까지 받고 있다. 올림픽 기간에 특별히 더 북한을 압박하고 자극할 이유가 있는가.
  미국은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고,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매력공세’에 빠져 대북 제재 고삐가 헐거워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 이상으로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에서 보듯 평균적인 한국민의 대북감정도 썩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와 전쟁방지를 위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통해 남북과 북·미가 대화에 나서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의지가 있다면 펜스는 올림픽 기간 중 자극적 언행을 삼가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대화의 물꼬를 트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