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유감6.15공동선언 이행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열쇠이다(민플러스6/13)

 

 문재인 정부의 대북 행보가 우려스럽다. 새 정부 들어 첫 6.15공동선언 기념 남북공동행사가 무산된 것도 그렇거니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제제와 압박’을 내세우면서 미‧일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도 그렇다. 더구나 “북한 북괴라고 표현하겠다”고 자신이 먼저 대북 적대의식을 여과 없이 드러낸 송영무 전 해군 참모총장을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 또한 우려를 더하게 한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9년만의 남북공동행사가 무산되고 예년처럼 남북이 분산하여 기념행사를 치르게 된 결정적 이유는 정부가 “6.15공동행사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도 6.15공동선언에 대한 이행의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8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한이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난관뿐이고 발전의 기회를 잃을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의하는 등 미국의 제재와 압박 정책에 동조하고 있다. 이것은 남북화해를 열망하는 촛불의 요구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햇볕정책과 대북포용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해서 북한의 변화를 전략적으로 견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문재인표 햇볕정책인 ‘달빛(MoonShine)정책’이라고 기대 섞인 명명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적어도 취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볼 때 달빛정책은 가물하고 미국 눈치 보기만 또렷하다. 만약 달빛정책이 정의용 안보실장 표현대로 “국제사회 공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또는 통일부가 제시한 “대북제재 틀을 훼손 않는 범위서 민간교류”라고 한다면 이것은 햇볕정책을 계승한 것이 아니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가하면서 대화를 모색하겠다는 것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햇볕정책이란 제재를 앞세우고 국제사회의 공조를 우선하는 정책이 아니다. 햇볕정책은 민족공조를 앞세우고 남북의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앞세우는 정책이다. 햇볕정책의 결실인 6.15공동선언은 외세와의 공조가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실현하자는 결정적 합의다. 그리고 이 힘을 합치는 방안으로 경제협력을 비롯한 제반의 사회‧문화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이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이 바로 이 선언에서 나왔다. 이렇듯 6.15선언은 정부가 중심이 된 남북화해와 통일지향의 선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7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남북이 공히 이 선언을 기념하는 것이다. 대북 적대정권이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이를 사문화시키긴 하였지만 감히 폐기하지는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대북정책을 ‘대북 제재의 틀 내에서의 민간교류’로 정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남북화해 실현이나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 그 어느 것도 풀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한 정책이다. 일부에서는 대국들 사이에 낀 한국의 외교 현실에서 민간교류부터 하는 것이 부담이 적은 방안이라고 옹호한다. 참으로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구시대적 접근이다.

 남북화해 실현의 우선 방안은 남북 당국간 대화와 협력이다. 이를 뒷전으로 미루고 민간교류를 앞세운다는 것은 민간교류도 활성화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일부 민간교류를 허용하는 생색내기가 아니다. 지난 10년 간 미국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의해 고조된 전쟁위기와 남북관계의 파국을 끝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환적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임무요, 촛불민심의 요구다.

 현재 북미 간에는 첨예한 정치, 군사적 대결만 있지 대화를 위한 계기는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는 항모전단과 핵잠수함 등을 앞세운 미국의 계속되는 대북 압박, 동해상에서의 미일합동훈련 등과 관련되어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부가 북한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은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제재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북미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뱃심 있는 대미 요구와 설득이다. 아울러 6.15, 10.4선언 이행 의지를 천명하고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위한 협상에 착수하는 것이다. 과거 개성공단 설립이 미국의 동의 아래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 재가동 역시 오로지 정부의 과감한 결단과 실행의지에 달려있다. 이런 정부의 의지와 행동이야말로 한반도 정세를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동력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중단을 조건으로 미국이 한미합동훈련을 중단하자는 중국의 ‘쌍중단’ 제안에 동의하는 칼럼을 1면 머리기사로 싣고, 미 외교협회가 발간하는 포린어페어스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중간 합의를 먼저 이끌어”낼 것을 제안하였다. 또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특사는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연기든 중지든 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정부가 소극적 남북교류와 미국 눈치 보기로 일관하는 동안 오히려 미국에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나오고 문 대통령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이 지금처럼 북한과 군사적 대결상태를 지속할 수 없는 속내를 정확히 알고 적극 끌어내야 한다. 외교적 주도권이란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끌어오는 것이다.

 박근혜 적폐정권의 대북 적대정책은 파산했다. 이미 촛불에 의해 부정된 적대정책을 국제공조란 미명 아래 유지하면서 조금씩 바꿔나가려 한다면 결국 미‧일의 강경세력에 끌려 다니게 될 것이다. 일본총리 아베의 특사란 자가 한국에 와서 한일 ‘위안부’ 재협상을 “바보 같은 소리”라 일축하고 “간계를 꾸미는 자들을 박멸하자”는 오만무례한 발언을 하는 것도 우리 정부가 단호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 안보 통일라인에 대북 적대의식에 찌들고 미국 눈치나 살피는 자들을 등용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 80% 이상이 지지하는, 그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정부다. 이 힘을 믿고 부디 당당히 시대의 요구에 맞게 나서주기를 간곡히 바란다.